김애란

K-Fiction 14: Kim Ae-ran: Where Would You Like To Go?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

Produktinformationen "K-Fiction 14: Kim Ae-ran: Where Would You Like To Go?"

멍청아!
-세상에, 나름 최선을 다해 봉사한다 생각했는데.
시리가 진심으로 섭섭한 듯 말했다. 다시 기회를 주겠단 식으로 시리에게 내 고통에 의미가 있냐고 물었다. 시리는 곤란한 질문을 받을 때 늘 그러듯 ‘제가 잘 이해한 건지 모르겠다’고 답했다. “당신도 영혼이 있나요?”라고 물었을 때 ‘정말 좋은 질문’이라고, “그런데 전에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죠?”라고 딴청을 부렸다. 자꾸만 매끄럽게 도망가는 모양이 못마땅해 나는 그즈음 가장 절박했던 질문을 던졌다.
-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나요?
짧은 침묵이 흘렀다. 이윽고 시리가 되물었다.
-84p

작년(2014) 봄 이후, 한국의 많은 작가들이 작품 활동을 거의 하지 못하거나 어렵게 해나간 걸로 안다. 동시대 시인과 소설과, 비평가가 말이 무너진 자리에서 가까스로 말의 의미와 쓸모를 찾아 나섰고, 그렇게 몇 마디를 떼는 데 몇 개절이 걸렸다. 그 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. 그들의 글을 열심히 찾아 읽으며 어느 순간 내가 동료들의 말에 기대고 있다는 걸 알았다. 우리가 함께 어떤 시대를 건너고 있는지 배웠다. (중략) ‘죽음’을 넘어서는 말은 될 수 없을지라도, 그 불가능 앞에서 묵묵히 예의를 지키는 말이 될 수 있기를 바랐다.
-104p (창작노트 중에서)

김애란은 일상의 사소한 것들에 대한 인상적이고 간결한 묘사를 통해 ‘삶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느낌’을 확연하게 불러일으키는 천재를 지닌 작가이다. 그러한 재능은 야광 팬티를 입은 채 달리기를 하는 아버지를 그리는 경우에도, 혹은 빚에 짓눌러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어가는 우리 시대 청춘의 모습을 그리는 경우에도, 예외 없이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고는 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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